“예비판정 앞두고 쏟아졌다”…중국산 열연, 8년 만에 ‘20만 톤 수입’
20만 톤이 넘는 물량이 한 달 새 항만을 덮쳤다. 중국산 열간압연강판 수입이 단일월 기준으로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반덤핑 예비판정을 코앞에 둔 가운데 수입업계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부터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며 빠르면 6월 중 예비판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규제가 시작되기 전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밀어넣는, 전형적인 ‘관세 앞 레이스’가 포착된 것이다. 업계는 이 흐름이 단순한 수입 증가가 아니라 ‘의도된 투하’라고 본다.

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 중국산 열연강판(열연광폭강대) 수입량은 20만1천 톤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는 2017년 3월 23만4천 톤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월과 비교하면 67% 가까이 급증했고, 평균 수입가격은 톤당 약 49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수입원가는 톤당 70만 원 초반선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물량 급증은 수요 확대라기보다 반덤핑 조사 일정과 맞물린 전략적 대응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수입상들이 저가 오퍼를 다량 확보해 물량을 쌓아두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지난 4월 기준 중국 철강업계는 한국향 열연강판 오퍼가겨을 톤당 450~460달러(CFR, 2급밀) 수준으로 줄곧 제시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경쟁력있는 가격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며 “예비판정과 향후관련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후판의 사례처럼 수입재 가격 급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역구제 이전 물량 확보를 위함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 ‘사전 투하’가 시장 전체의 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에 쏟아진 저가 수입재는 기존의 가격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라며 “예비판정 이전까지 국산재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내수시황과 산업 기반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건설과 기계,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요업계에서는 자재 단가 변동성과 품질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단기적으로는 저가 수입재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후속 공급 안정성과 인증 이슈에 따라 조달 전략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예비판정 이후 중국산 수입이 급감할 경우 국내 수급 경직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반기에 쏟아진 물량이 단기간 내 모두 소화되지 못하면, 3분기까지 가격 흐름과 시황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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