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민족주의 확산…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가속

업계뉴스 2026-06-05

세계 각국이 핵심광물을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세금과 로열티 인상에 집중됐던 정책이 수출 통제, 생산 쿼터, 현지 가공 의무화, 투자 제한 등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로펌 깁슨 던(Gibson Dun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리튬과 희토류를 중심으로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며 핵심광물 산업이 단순한 광산 개발을 넘어 지정학적 경쟁의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0월 희토류 원소와 관련 소재·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하며 공급망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이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부 조치를 유예했지만, 필요 시 희토류 공급망 우위를 외교·통상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자원 보유국들의 통제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은 지난해 코발트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생산 쿼터 제도를 도입했으며,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정책을 통해 대규모 제련·가공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은 희토류 원광 수출을 제한하고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칠레 역시 국가 주도의 리튬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자원 보유국들이 단순 원료 수출에서 벗어나 가공·제련 등 부가가치 산업을 자국 내에 육성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반면 주요 소비국들은 안정적인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생산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핵심광물을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전략 비축과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채굴·가공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향후 광산 개발과 투자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국유화 중심의 자원민족주의와 달리 최근에는 수출 제한, 허가 조건 변경, 현지 가공 의무화, 생산 쿼터 등 규제 수단이 활용되면서 사업 수익성과 투자 회수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은 복수 국가의 수출 통제 제도와 투자 심사, 제재 규정 등에 동시에 노출되면서 법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동 투자와 장기 공급계약(오프테이크), 전략적 지분 투자 등에 대한 각국 정부의 심사도 강화되는 추세다.

깁슨 던은 핵심광물 기업들이 투자 구조와 계약 조건을 재점검하고 공급망 재설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향후에는 광물 매장량뿐 아니라 가공시설과 공급망이 위치한 지역이 사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성장에 따라 핵심광물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민족주의 역시 단순한 자원 정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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