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이빨 빠진 ‘K-스틸법’

컬럼(기고) 2025-12-08

그토록 고대했던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위기에 처한 국내 철강산업을 살려줄 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 업계는 철강협회를 통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철강 주가가 왜 하락했는지 궁금하다. 우리 업계에 도움이 되는 법이라면 당연히 주가가 올라야 했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분명히 미흡한 점이 있어서 그렇다. 벌써 이 법을 두고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다. 철강은 과거부터 고질병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 아쉽게도 이 병을 고치는 대책이 없었다. 유수 언론도 이것을 지적했다.

철강 주가는 이 법이 통과하기 전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다. 철강업계에 몸담지 않은 개미들도 기대감에 편승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감이 컸다. 고질병이었던 전기요금 대책이 빠진 데 대한 실망이다. 철강은 전기 사용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이것을 해결할 전기료 감면 같은 비용 구조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 것에 실망하는 것이다. 이 법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이 빠진 이빨 빠진 법처럼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내수 부진과 글로벌 공급 과잉, 미국발 고율 관세로 ‘삼중고’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위기에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그리고 두 손 들어 환영했다. 다만 전기료 인하 등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기료는 철강 원가에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 등 전기로 기반 기업들이 이것을 실감하고 있다. 1년 전기료를 1조 원 넘게 내는 업체도 있다. 제조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이것을 우선 해결해 주기를 원했다.

특히 전기로 기반 제강공장 업체들이 간절했다. 전체 제조원가의 20% 이상을 전기료가 차지하는 만큼 생산비 부담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해외 철강 생산국들은 적극적인 전기요금 지원 정책으로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일정량 이상 사용 기업에 대해 전기료 할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대형 제조업체에 우대요금제와 고정요금제를 병행해 적용한다. 미국 텍사스, 인디애나주도 철강업체와 장기 고정요금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것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 철강업계 근심을 키우고 있다.

전기료는 우리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최대 주범이다. 제조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니만큼 제품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각종 전기료 지원 정책을 펼치는 외국의 경우 이와 반대다. 국내외서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으로 피해를 보는 우리나라 철강업계 처지가 이것을 입증하고 있다. 먼 미래보다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했다. 그것이 전기료 인하와 같은 대책이었다. 당연히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논의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애초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혹자는 국가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이 전기료라는 보이지 않는 칼날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광경이라고 평가한다. ​많은 이들은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은 반도체 공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통계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달랐다. 전력 구매량 기준 1위와 2위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맞지만, 그러나 3위는 현대제철, 5위는 포스코였다. 철강산업이 반도체 못지않은 ‘전기 집약형 산업’ 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우리 업계는 철강산업 전용 요금제 신설 등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K-스틸법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 방안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업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법의 절반이 탈탄소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꿈의 기술이고, 다소 먼 미래의 얘기다.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맞지만, 당장 철강업체의 생존 문제와는 별개 사항이다. 수익성 개선을 통해 당장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업계 입장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은 고도화된 기술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야말로 그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철강이 흔들리고, 철강이 흔들리면 반도체와 자동차도 흔들린다. 그렇게 제조업의 피라미드 구조는 하나씩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선택지는 전기요금 문제를 바로잡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느냐, 아니면 조용히 생산기지를 해외로 떠나보내느냐이다. ​현대제철은 2024년 백악관에서 미국 전기로 제철소 투자 발표를 했다. 그 투자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답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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