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양날의 검

‘양날의 검’이라는 말이 있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즉, 어떤 선택이나 도구가 동시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때 쓰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 그 편리함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 기술로 인한 예상치 못한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단순하게 좋다, 나쁘다는 식의 흑백 논리와는 다르다. 어느 한쪽이 아닌, 양쪽 모두를 바라보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이 비유적 표현이 시사하는 점은 분명히 크다.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기도 하다.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차관이 던진 구조조정 발언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직접 돌을 맞고 나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조조정에 동참을 강조한 이면에는 병도 주고 약도 주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조정 대상자에게는 이것이 탐탁하지 않다. 이들에게는 있고, 없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설비가 없어지면 공장이 없어진다. 회사도 없어질 수 있다. 그러면 구성원들도 거리로 내몰린다. 이러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회사가 있을지 반문해 본다.철근을 주로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사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제외하고 중견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 업체들은 철근이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인 이 업체들이 구조조정 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업체들이 선뜻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이유다. 철근은 전기를 잡아먹는 하마이다. 정부가 유난히 철근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산업용 전기료를 올릴 때마다 이들의 반대가 컸었다. 일종의 손 보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물론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의혹이다. 답답한 현실 앞에 갖은 억측이 난무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정부 정책이 마땅치 않다. 앞에서 언급했던 있고, 없음의 논리에서 따져보면 특히 그렇다. 있고 없음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있는 것이 옳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반도체도 늘 좋지만은 않았다. 좋지 않은 그때 설비를 없앴다면 지금의 반도체가 있지 않았을 것이다. 논리 비약일 수 있으나 철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의 현실을 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설비를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설비를 활용하는 것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해당한다. 내수가 없다면 수출이 살길임을 수없이 경험한 바다. 보호무역이 장벽을 치고 있지만, 이 또한 넘지 못하는 벽은 아니다. 특히 지구촌에는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많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표적이다.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복구 물량이 쏟아질 것이다. 이 재건에서 중요한 건축 자재가 철근이다. 만약 철근 설비를 없앤 후 이러한 호재가 발생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있고 없음의 차이다.지난해 미국향 철근 수출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것도 24배나 급증한 최고 수출국이다. 고율 관세를 물면서 수출했다는 것은 이익이 남아서일 것이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철근 가격을 인상하면서 국내산 철근이 관세를 적용받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았고, 국내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오히려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길은 어디에든 있다. 그것을 잘 찾는 방법이 중요하다. 그 길잡이가 정부가 되어야 하고 그 길에 아름다운 꽃나무를 심고 피우게 하는 것이 우리 업체다. 지금은 이 같은 찰떡 호흡이 필요하다.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율 조정이 정답이다. 지금도 업체들은 가동률을 조정하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설비를 투자한 업체들도 정부의 발표에 좌불안석이다. 일부 제강사들은 많은 돈을 들여 설비를 자동화했다.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들 업체에 구조조정 딱지를 내밀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건설 경기가 말이 아니지만 향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반등 요인이 충분하다. 이처럼 구조조정을 한다면 정부는 명분은 서겠지만 업체는 잃는 것이 더 많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 되는 상황을 우리 업체는 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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