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눈치 없는 손님과 구조조정

올해는 말의 해이다. 그것도 붉은 말이다. 이 붉은 말을 중국에서는 적토마(赤兎馬)라고 한다. 특히 ‘삼국지연의’에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삼국지(三國志)를 읽어본 사람이면 잘 알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의 원래 주인은 동탁이다. 그가 여포를 회유하기 위해 선물로 주었다. 여포는 중국 후한 장수로 활쏘기와 말타기에 뛰어난 비장이었다. 그가 조조에게 패해 죽자 조조는 적토마를 또 관우에게 준다. 이것도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한 회유에 목적이 있었다.
중국 고사에는 ‘인중여포 마중적토(人中呂布 馬中赤兎)’라는 말이 있다. 장수 중에서는 여포가 으뜸이고 말 중에서는 적토마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적토마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탁, 여포, 조조, 관우 순서로 주인이 바뀐다. 나중에 관우가 오나라 여몽에 패하여 생을 마감한 후 오나라 장수 마충의 소유가 되었다. 그러자 적토마는 식음을 전폐하고 관우를 그리워하다 죽었다. 장수가 말을 알아보듯이 말도 장수를 알아보고 그 주인을 잊지 못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우리 업계는 하루에도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 같은 힘과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렇다. 우리 업계는 지금 동력을 잃은 고장 난 기계의 처지다. 자의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현실을 한탄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그렇다고 좌절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우리 업계가 한 몸인 듯 똘똘 뭉쳐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 난관을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토마와 같은 강인한 정신과 체력이 필요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은 지난 13일 신년 인사회에서 확인했다. 한국철강협회 장인화 회장은 이날 올해 역점을 둬야 할 사항을 강조했다. 주 내용은 제품의 고부가가치 경쟁우위 강화, 저탄소 전환을 위한 노력 확대, 사업장 안전 확립이었다. 특히 “반세기 전 척박한 환경에서 철강산업을 일으켰던 선배들과 같은 마음으로, 고부가·친환경 미래소재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모두가 함께 매진해야 한다”라는 메시지의 여운은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우리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제 양(量)이 아니라 질(質)을 우선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저 탄소 전환은 두고두고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것은 세계적 추세이니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한 사업장 확립은 근로자 우선인 직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지금도 출근한 근로자가 퇴근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무거운 법까지 만들어 노력하지만, 의지처럼 되지 않고 있다. 근로자가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안전한 직장 조성은 경영자의 최고 가치가 될 정도로 절박하다.
철강의 고부가·친환경 미래소재 산업으로의 전환은 곧 생존을 보장받는 길이다.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는 것이 이 부분이다.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태세는 섬광처럼 빠르다. 턱 밑까지 추격당한 중국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이 부문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철강산업은 회생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올해를 철강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다. 나태하면 도약이 아닌 절망뿐이다.
잔칫집에 온 손님이 주인의 나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좋은 덕담만 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그런데 눈치도 없이 인사회에서 한 손님은 주인의 아픈 곳을 자꾸 건드렸다. 공급 과잉 설비를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등 안 좋은 말로 행사장 분위기를 흐려 놓았다. 그 말을 들은 설비 주인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평생 일군 공장의 설비를 없애라고 하니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다. 설사 손님의 말이 옳다고 해도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일 년을 잘해 보자고 하는 다짐의 자리에서 안 해도 될 말을 한 손님이 누구인지 잘 알 것이다.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붉은 갈퀴를 휘날리며 달리는 적토마를 상상해 본다. 올해는 그 용맹한 기상이 우리 철강산업으로 옮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실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 철강은 주력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경제안보의 핵심이다. 철강이 무너지면 모든 산업이 무너지는 도미노가 된다. 그래서 철강이 살아야 타 산업도 살고 국가도 산다. 지난해 ‘철강공업 육성법’ 이후 약 40년 만에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올해는 이 법을 토대로 선배들이 척박한 땅을 개척해 오늘의 철강산업을 일군 것처럼 제2 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적토마처럼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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