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타사 공장 심사까지 책임지는 패널업체…'갑을'나뉜 수급 구조

이슈 2025-07-01
EPS패널EPS패널

최악의 건설경기 침체가 도래하며, EPS패널 업계는 암울한 시황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 이면에는 패널 제조업체로부터 철저히 '갑'의 위치를 점하는 단열재 업체들이 존재한다. 

지난 2021년 12월 국토부는 방화문, 복합자재, 내화구조 등에 적용되는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하며, 시장 개편을 예고했다. 법령 개정에 따라, 복합자재의 일종인 샌드위치 패널 제조업체는 제품을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 인증기관의 품질인정 획득이 필요하게 됐다.  

당시 패널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던 EPS(발포폴리스티렌) 패널 업계는 기존 제품에 난연제를 첨가한 준불연 EPS 패널을 선보였다. 현재도 EPS패널의 준불연 품질인정 획득이 활발히 진행되며, 준불연 패널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준불연 패널이 순조롭게 시장 적응을 하는 듯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품질인정 획득부터 시장유통까지, 패널업체에 과도하게 편중된 책임소재를 문제 삼고 있다.  

1대1 공급망 요구되는 생태계

준불연 패널 제품이 품질인정을 획득하기 위해서 제품은 실물 화재 모형 테스트와 공장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 공장 심사 대상에는 패널 제조 공장은 물론, 그 공장에 단열재를 납품하는 공장 또한 심사대상에 포함된다. 품질인정을 받은 준불연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인정 절차에서 심사가 완료된 공장으로부터 단열재를 공급받아야 한다.  

즉 공급망을 다원화 하기 힘든 구조다. 때문에 단열재 공급공장과의 갈등, 위치 이전 등으로 거래가 끊길 경우 패널업체는 유일한 공급망을 잃게 되며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일부 규모가 큰 업체들은 재차 품질인정 신청을 통해 새로운 공급사를 확보할때까지 재고를 유통하겠지만, 재고조차도 많지 않은영세업체들에게는 심히 치명적이다.  

실물 모형 화재시험 현장실물 모형 화재시험 현장

그렇다고 처음부터 품질인정을 여러 번 신청해 공급 공장을 다원화하기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1회 품질인정 신청 비용은 3,000만 원 수준으로, 지금과 같이 수요가 죽어버린 상황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또 인증절차 중 하나인 실물 화재 모형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관도 몇 없어 품질인정 신청이 몰리는 기간에는 발급에 6개월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

제도적 허점 인한 갑을 관계 형성 

1대1 공급망 구축으로 인한 폐해는 품질인정 제품의 부적합 유통이 적발될 때 특히 부각된다. 

만약 신고, 불시 검문 등으로 유통된 제품이 품질인정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되면, 패널업체는 해당 제품의 생산 및 유통을 일정기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적용된 단열재 생산을 제한하는 법적 조항은 부재하다.

이는 품질인정제도의 적용 대상이 단열재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에 나타나는 문제다. 법령 대상이 단열재가 아닌 '복합자재'로 설정돼 있다 보니, 위배 시에도 단열재에 대한 법적 조치가 치러지기 힘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적법할지라도, 합리적이지는 못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는 "패널의 품질을 결정하는 최대 요소는 단열재"라며 "단열재 공장의 오류로 부적절한 패널이 제조 및 유통됐다 하더라도, 책임은 오로지 패널 업체만이 지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만약 패널업체가 부적절한 단열재를 공급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단열재 제조업체에 민사소송을 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급했듯, 단일 공급사로서 단열재가 행사하는 권력이 막강하다 보니,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민사 책임을 물기에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적발이 된 뒤에도 받는 피해 규모는 패널업체가 압도적이다. 특정 제품의 부적합 유통이 관측된 경우, 일정 기간 해당 제품에 대한 생산은 금지된다. 이에 따라 단열재를 공급하는 공급사와 패널업체의 거래도 중단된다.

관계자는 "간혹 시장에서 유난히 낮은 가격에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가 관측된다"라며 "이들 업체 대부분은 패널 제조와 단열재 제조를 병행하는 업체"라고 말했다. 

원인, KS규격 미획득?

 대표적인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 출처=벽산대표적인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 출처=벽산

불연 패널인 무기단열재(그라스울, 미네랄울) 패널 시장의 경우 이런 병폐가 덜한 것으로 확인됐다. 품질인정부터 실제 거래에 이르기까지 패널제조업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준불연 패널과 달리 불연 패널의 경우 단열재 공급망을 다원화하기 쉽다. 대표적인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KCC와 벽산이 있다. 이들 업체 그라스울은 모두 관련 KS 인증인 KS L 9102(인조 광물섬유 단열재)를 취득한 상황이다. KS규격을 취득한 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패널업체는 별도의 단열재 공장 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두 회사로부터 동시 거래가 가능한 데다, 한 회사에 문제가 생길경우 다른 회사로부터 공급을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하다. 

설령 KS규격을 취득하지 못한 단열재를 사용하더라도, 부담은 적다. EPS패널과 달리, 품질인정 획득에 소모되는 시간과 돈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성분 배합을 통해 불연성을 갖추는 EPS와 달리, 무기단열재의 경우 그 자체로 불연성을 지녀 실물 화재 모형 테스트를 거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품질인정을 신청하면 걸리는 시간도 매우 짧을뿐더러, 1회 신청 비용 역시 150만 원 수준으로 1회 3,000만 원을 자랑하는 준불연 제품 인증 신청 비용 대비 매우 저렴하다. 

이에 EPS패널 업계에서는 단열재 제조회사의 KS 인증 획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법적인 조정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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