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박카스에서 얻는 교훈

컬럼(기고) 2025-07-07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광고다.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이 광고는 ‘박카스’를 홍보하는 것이다. 동아제약을 60년 이상이나 먹여 살렸던 제품이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이 회사 강신호 회장이 직접 지은 것이라고 한다. 평소 작명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다른 회사 상품명도 많이 지었다. 들어보면 귀에 익숙한 암씨롱, 하노백, 써큐란, 오란씨, 나랑드 사이다, 현대 아반떼 등이 그의 작품이다.

박카스가 많이 팔린 것은 광고 덕을 톡톡히 봤다. 마치 캠페인처럼 전개되는 광고는 따뜻함과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이 광고에 힘입어 ‘국민 드링크’, ‘박카스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2015년에는 국내 제약사 단일품목 중 처음으로 연간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누적 판매도 226억 병을 넘어섰다. 높이 약 12㎝의 박카스 D를 세웠을 때 지구 68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지금은 판매가 예년처럼 못 하지만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알짜배기 땅에 빌딩을 세울 정도로 성장했다. 모두 박카스 덕분이다.

국민 소화제 ‘활명수’도 동화약품을 먹여 살렸다. 이 활명수는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급체, 구토, 설사 등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위해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이를 대중화하고자 아들과 함께 동화약방을 창업했다. 이 약방이 지금의 동화약품으로 성장했다. 무려 128살이나 먹었다. 가스명수, 쓸기담, 우황청심원 등으로 유명한 삼성제약도 있다. 1929년에 창업한 이 회사가 장수한 것도 이 제품 덕이다. 한 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제약사들이 전통과 장수라는 이미지를 지킨 원동력은 모두 여기에 있다.

제약사 외 다른 업종에서도 제품 하나로 대박을 터트린 업체가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해외에서 유튜브를 통한 챌린저가 인기를 얻으며 공급이 달릴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이에 해외 매출 비중이 2020년 57%에서 지난해 77%로 확대됐고 올해 1분기에 80%를 기록했다. 이윤이 높은 해외 매출이 확대되며 수익성도 개선됐음은 물론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밀양 2공장을 가동했고, 2027년 첫 해외 공장인 중국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제품 하나가 성장에 순풍을 달아준 것이다.

이 덕분에 회사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시가총액이 무려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6월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 시가총액은 27일 종가 기준 10조 490억 원으로 10조 원을 돌파했다. 이날 종가는 133만 4,000원으로 1년 전의 2배 수준이다. 5월 16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100만 원을 뚫으며 ‘황제주’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30% 이상 상승했다. 시총은 유가증권시장 54위로 두산, 현대글로비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회사는 한때 경쟁에 밀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불닭볶음면이 살린 일등공신이 됐다.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침체가 지속되지만 회복할 묘안 찾기가 너무 어렵다. 회사를 성장시켰던 고유 제품은 중국산과 경쟁으로 힘겹다. 특히 싸구려 수입재가 높은 품질의 국산을 밀어내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수요가도 더는 우리 편이 아니다. 철저하게 이익에 우선해 움직이는 냉정함이 서릿발처럼 차갑다. 그렇다고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으니 문제다. 고부가화와 사업 다각화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제약회사들의 생존을 위한 변화가좋은 본보기다.

장수와 전통이 주는 이미지는 큰 자산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업력과 역사에서 오는 신뢰감, 안정성, 그리고 브랜드 파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로 오래 남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제약사들도 전통과 장수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AI 기반 신약개발과 건강기능식품 및 뷰티사업, 디지털 헬스캐어 사업 진출 등은 약만 팔아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장수 제약사들이 변화의 몸부림이 거센 것은 더욱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다. 변화는 소비자의 신뢰 얻기에 초점을 맞춘다. 신뢰와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기업의 존재 가치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지속성장 가능성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업계도 이점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요가가 제품을 찾지 않는다고 섭섭해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찾는 제품 만드는 것이 먼저다. 장수 제약사들이 소비자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듯이 우리 업계도 변화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신약개발, 끊임없는 R&D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제약사를 본받아야 불황도 극복하고 발전도 보장받는다. 이것은 박카스와 활명수를 만드는 장수 제약회사가 가르쳐준 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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