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철강업계, 한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수면 위'…일본철강연맹 “관여 않는다”
일본 철강업계가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본철강연맹은 본지의 공식 질의에 사실 여부를 직접 부인하지 않은 채 답변을 회피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논의는 일본 철강업계 내부에서 상당 기간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일본 대형 철강사들을 중심으로 한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돼 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20일 일본철강연맹에 ▲한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신청 검토 사실 유무 ▲검토 중인 경우 시기·대상·근거 ▲한·일 철강 통상 마찰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서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일본철강연맹은 21일 “업계단체로서 해당 정보에 관여하지 않으며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사실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부인은 끝내 하지 않았다.
◇ 열연·로봇 연타…일본의 누적된 불만
일본 철강업계의 이번 움직임은 최근 2년간 한국이 일본산 제품에 가한 연속적인 반덤핑 조치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무역위원회는 2025년 초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해 같은 해 하반기 예비판정을 거쳐 지난 2월 최대 33% 수준의 반덤핑 관세 부과 및 5년간 가격약속(Price Undertaking) 적용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일본 철강업계의 한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내 철강업계 긴장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AI로 생성한 이미지열연강판뿐만이 아니다. 한국 무역위는 2025년 5월 HD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일본·중국산 4축 이상 수직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본조사를 개시했다. 같은 해 9월 최대 43.6%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올해 3월 26일 무역위 제471차 회의에서 일본산 17.45~18.64%, 중국산 15.96~19.85%의 본(정식) 반덤핑 관세 부과를 최종 의결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2년 사이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열연강판과 산업용 로봇이라는 두 개의 굵직한 반덤핑 카드를 연속으로 꺼내 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입장에서는 철강과 기계 두 업종에서 동시에 타격을 받은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업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건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 통상 인프라까지 완비…'맞불' 체계적으로 준비
일본 철강업계는 맞불을 위한 통상 규제 인프라 구축에도 이미 속도를 내왔다. 일본철강연맹 등 5개 단체는 지난 4월 2일 일본 정부의 반덤핑 우회방지 제도 신설을 환영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 제품이 제3국을 경유·가공해 수출되는 이른바 '우회 덤핑'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일본철강연맹이 지난해 8월 정부에 조기 도입을 공식 요청한 지 8개월 만에 신설됐다. 향후 한국산 열연강판 제소 시 중국산 소재의 한국 경유 가공 문제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일본제철 등 4개사의 신청을 받아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이미 개시한 바 있다.
GI에 이어 열연강판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될 경우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의 대일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I는 사실상 예고편이었고, 열연이 본게임”이라며 “한·일 철강 통상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열연강판 가격약속 공표까지는 약 한 달여가 남은 시점이다. 한국 무역위는 지난 2월 일본 신일철·JFE스틸 등 3개사와 중국 6개사 등 총 9개 기업을 대상으로 5년간 가격약속 적용을 건의했으며, 이르면 6월 중 공식화될 전망이다.
◇ 수출입 모두 감소…열연강판 교역 위축 흐름 뚜렷
한·일 간 열연강판 교역량도 최근 빠르게 줄고 있다.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2023년 213만3,438톤에서 2024년 188만1,997톤으로 감소했다. 2025년에는 121만7,994톤까지 줄며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됐다. 반덤핑 조사 개시 이후 국내 수요업체들이 일본산 비중을 줄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대일본 열연강판 수출 역시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2023년 67만9,973톤에서 2024년 66만481톤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57만578톤까지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실제 반덤핑 제소에 나설 경우 현재 유지 중인 한국산 열연강판의 대일 수출 흐름에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일 수출 물량 상당 부분이 실수요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향후 통상 변수 확대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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