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후판 수요, 다시 800만톤대 올라서나
국내 후판 시장이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후판 시장은 조선업 호황에도 건설 경기 침체와 제조업 투자 둔화가 겹치며 뚜렷한 반등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다만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가 새로운 수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본지 집계 및 업계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후판 수요는 820만톤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778만6,447톤과 비교하면 40만톤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최근 2년간 이어진 감소세를 마무리하고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내 후판 수요는 2019년 904만9,227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766만2,395톤까지 감소했다.
이후 조선업 회복에 힘입어 2021년 805만3,993톤, 2022년 824만2,630톤, 2023년 844만9,139톤까지 회복했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산업 투자 둔화 영향으로 최근 다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국산 판매 역시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판매량은 2024년 570만3,000톤에서 지난해 609만1,000톤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640만 톤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역시 지난해 169만5,447톤에서 올해 180만톤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200만 톤을 웃돌았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 다시 살아나는 후판 수요…반등 신호 켜지나
후판 시장 회복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조선업 호황이 꼽힌다. 국내 후판 수요 가운데 조선 수요는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 LNG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가 이어지면서 조선용 후판 수요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산업의 후판 수요가 연평균 570만 톤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70만~100만 톤가량 늘어난 규모다.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LNG선 중심의 수주 확대가 이어지면서 조선용 후판 수요 기반이 구조적으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이 여전히 수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선용 후판 수요는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반도체·AI 인프라가 변수…비조선 수요 회복 기대
다만 업계에서는 조선업만으로 후판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철골과 산업설비용 후판 수요가 감소했고 제조업 투자 역시 둔화되면서 비조선 부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실제 후판 수요가 조선업 회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배경 역시 비조선 분야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시장에서는 산업·플랜트·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규 수요 확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분야는 반도체와 AI 인프라다. 정부와 기업들은 용인·평택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생산설비뿐 아니라 전력·용수·공조·가스 공급설비 등 각종 산업 인프라 구축을 동반한다. 공장 건설과 유틸리티 설비, 부대 플랜트가 동시에 조성되는 만큼 산업용 강재 수요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생산라인 구축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관련 건설 및 설비 투자 규모 역시 과거보다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신·증설이 장기적으로 산업용 후판 수요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새로운 성장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에서도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과 민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철골 구조물과 전력설비, 냉각설비, 변전설비 구축이 필수적인 산업 인프라다.
후판의 직접적인 소비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전력망과 에너지 설비, 산업 플랜트 건설을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AI 산업 확대에 따라 초고압 변전설비와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주목되는 이유다.
에너지 분야 역시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이 확대되면서 구조물과 플랜트용 강재 수요 증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산업 메가 프로젝트 상당수가 전력 인프라와 산업단지 조성을 동반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용 후판 수요 기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산업 투자 확대 움직임이 후판 시장의 체질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조선과 건설 중심 시장 구조에서 반도체·AI·에너지 인프라가 새로운 수요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후판 시장은 조선 시장 중심으로 수급이 유지돼 왔다”라며 “향후 산업·플랜트 투자가 회복되고 반도체·AI·에너지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가 확대될 경우 후판 수요 기반도 한층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