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엔 반덤핑, 자국산 수입관리는 완화 요구…日 철강업계 이중 행보 논란
한국산 열연강판·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조사를 개시한 일본이 한국의 철강재 수입관리 강화 제도에 대해서는 운용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산 철강재에는 무역구제 조치를 꺼내 들면서 자국산 철강재의 한국 수출에는 제도 부담을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한 셈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하순 서울에서 열린 한일 철강회의에서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7월 시행을 추진 중인 철강재 수입 통관 시 밀시트(MTC·품질검사증명서) 제출 의무화 제도를 주요 현안으로 제기했다.
일본 측은 한국과 일본 간 해상 운송 기간이 짧아 통관 시점까지 밀시트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선박은 경우에 따라 하루 안팎이면 도착하는 만큼 선적 이후 발급되는 서류가 통관 단계까지 맞춰 도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본 측은 통관 시점 제출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사후 제출 허용 등 제도 운용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투데이이와 관련해 본지는 일본 측이 제기한 밀시트 제도 운용 개선 요구의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철강연맹에 서면 질의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한국의 밀시트 제출 의무화 제도에 대한 우려 사항과 한일 철강회의에서 제기한 운용 개선 요구 내용, 통관 단계 제출 의무화에 따른 실무상 애로, EU·멕시코 등 유사 제도에 대한 입장 등을 담았다.
다만 일본철강연맹은 본지 질의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회의 당시 한국 측은 제도 도입 취지와 수입관리 강화 필요성을 설명했으며 일본 측 요청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일본의 한국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반덤핑 조사 개시 발표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한국·중국·대만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일본제철과 JFE스틸 등 일본 주요 철강사들은 해당 국가 제품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본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며 조사를 신청했다.
앞서 한국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서 가격약속(MIP)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최종 조치를 결정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일본 측이 관세율보다 최저수출가격 방식 적용을 희망했고 한국이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일본 측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해 제도를 설계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일본은 한국산 판재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한국의 수입관리 강화 제도에는 부담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장에서도 일본 측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는 분위기였다”며 “반면 밀시트 제출 의무화에 대해서는 실무상 어려움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일본 측 태도를 두고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한국산 제품에는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이 수입 단계에서 품질과 원산지를 확인하려는 제도에 대해서는 운용 완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밀시트 제출 의무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 확대가 아니라 수입 철강재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다. 정부는 수입 단계에서 제품 규격과 원산지, 생산 이력, 기계적 성질 등을 확인해 우회수출과 품질 미달 제품 유입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내 철강업계는 저가 수입재 유입뿐 아니라 원산지 불명확, 규격 부적합, 밀시트 위·변조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이에 통관 단계에서 수입재 정보를 보다 촘촘히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제기한 물류상 문제는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한국산에는 반덤핑을 걸고 한국의 수입관리 제도에는 완화를 요구하는 모양새가 된 만큼 국내 업계가 곱게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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