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7]철강·비철금속 기술 고도화에 승부 걸어라

우리나라 제조업의 고도성장을 견인해 온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은 국내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의 지위에 있다. 특히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은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 최신식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또한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의 다양한 수요산업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를 생산하여 공급함에 따라 전‧후방연쇄효과가 매우 큰 국가기간산업이다.철강과 비철금속은 인프라 구축과 제조업 생산에 주요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산업 기술 개발은 국내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철강산업은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과 같은 상공정을 담당하는 대기업과 하공정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상호 협력하는 공정기술의 특성이 존재한다. 공급망 사슬뿐 아니라 기술 연결성도 높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정량 및 정성 분석을 통해 밸류체인 부문별 경쟁우위를 진단한 결과, 한국의 철강산업 종합 경쟁력은 세계 주요국 중 4위 수준으로 진단됐다. 종합 순위는 일본(92.8), 미국(90.5), 독일(89.7), 한국(85.7), 중국(84.7), 인도(75.6)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공정 기술, 생산 규모, 가격 수용성 등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일본의 경쟁력이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고 한국은 일본, 미국, 독일 대비 경쟁력 격차가 다소 존재하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근소한 우위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됐다.중간재 생산 부문에서 한국은 조강 생산 기술 수준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친환경 기술 수준과 친환경 전환 인프라 측면에서 열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 높은 탄소 가격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린 철강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인프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결과는 산업의 지속성장 발전을 걱정하게끔 한다.특히 중국에 비해서는 종합 경쟁력 평가에서 근소한 우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게 한다. 그동안 우리 철강업계가 기술적으로 일본에 10년 뒤쳐지지만 중국에는 10년 앞서 있다고 자평한 것은 현 시점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닌 셈이다.근소한 우위마저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2년에 내세운 ‘철강산업 고품질 발전에 관한 지도의견’을 통해 중장기 철강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여러 내용 중에서 혁신능력 제고 방안의 하나로 내세운 것이 R&D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1.26%였던 비중을 2025년까지 1.5%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공정 80%와 생산설비 55%의 디지털 전환과 30개 이상의 스마트팩토리를 건설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실제로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부상한 바오우강철그룹이 지난 2022년 3.24%였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2035년까지 5%로 높인다는 목표를 밝혀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지난 2023년 국내 철강사들의 R&D 비중은 세아창원특수강 1.30%, 포스코 1.01%, 현대제철 0.98% 상위 3개사가 1% 남짓이었을뿐 이외 기업들은 평균 0.3%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R&D가 미래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 신수요 확보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2010년대 초반까지 철강 연구개발(R&D)과 관련해서 주로 국내‧외 철강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의 효율성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글로벌 철강재의 공급과잉 현상과 성숙기에 진입한 철강산업의 산업적 특성 등으로 인해 철강 연구개발의 효율성 논의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3,834억원이던 철강산업의 민간 연구개발 투자는 2020년에 5,531억원으로 연평균 1.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국내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의 연평균 증가율(9.1%)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동기간 매출액 대비 철강산업의 연구개발비 평균 투자비중은 0.73%로 제조업 연구개발비 평균 투자비중(3.68%)이나 매출액 대비 신약개발 연구개발비 평균 투자비중(6.14%)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정부연구개발투자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보였다. 철강과 같은 중저기술 분야보다 시장실패의 보완과 미래먹거리 창출 등을 위해 첨단기술 분야에 상대적으로 높은 우선순위가 부여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 탄소중립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철강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철강 및 비철금속 기술 개발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며, 특히 탈탄소화 기술과 친환경 기술 개발은 더욱 중요하다. 이는 전기차, 재생 에너지, 수소 인프라 등 미래 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다음에서 주요 기업들의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관한 현황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