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국 철강 관세, 부품군 추가 확대…열연강판·후판 ‘간접 충격’ 불가피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품목을 새로 관세 대상으로 지정한 가운데 자동차와 기계류, 전자부품까지 관세망에 포함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이번 조치는 강관·자동차·조선업계로 파급되며 결국 열연강판과 후판 같은 기초 소재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대미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재까지 몰려들며 내수 시장마저 위태롭다는 경고가 나온다.
◇ 강관·자동차·조선, 연쇄 파급으로 기초 소재 직격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강관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23.9%에 이르며 유정용 강관은 97.9%, 송유관은 78.2%를 미국에 기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급하는 열연강판과 후판은 이들 업체의 핵심 원료다. 강관업계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곧바로 원재료 구매량이 줄어들고, 이는 국산 열연강판 및 후판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다.

자동차와 조선업계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차부품과 기계류가 이번에 새로 50%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생산 전략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 조선업계 역시 해양 플랜트와 선박 부품 수출 차질로 후판 수요 감소 압박을 받게 된다.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미국향 후판 수출은 9만7천 톤, 금액은 1억1천551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물량은 20%, 금액은 12% 줄어든 수준이다.
열연강판(열연광폭강대) 수출은 같은 기간 17만5천 톤, 1억1천495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보다 물량은 31%, 금액은 40% 넘게 급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망 확대는 이미 진행 중인 수출 감소세를 더 빠르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내수까지 이중 압박…생산 기반 축소 논의 불가피
철강업계가 더 우려하는 대목은 국내 시장으로의 2차 파급이다. 미국 시장 접근이 막히면 수출길을 잃은 물량이 내수로 돌아오고, 동시에 중국산 저가재가 더 밀려드는 ‘풍선 효과’가 겹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내 철강 명목소비는 약 4천610만 톤 수준으로 전망되며,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드는 추세다. 세부적으로 건설산업은 PF 부실과 고물가, 가계부채 부담으로 위축돼 철강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부문 역시 금리 영향과 내수 소비 위축으로 둔화가 불가피하며,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수주가 늘고 있으나 중국산 대체와 고부가가치선 위주의 발주 증가로 투입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내수 부진과 수출시장 경쟁 심화가 겹치며 철강 생산과 소비는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재 유입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수입재 비중은 2020년 20.8%에서 2024년 25.5%까지 올라선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는 줄고 수입은 늘어나니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관세 충격과 겹쳐진다면 결국 내수 기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사들은 우선 미국향으로 예정돼 있던 물량을 동남아·중동 등 다른 시장으로 우회 수출하려는 시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재고를 줄여 충격을 흡수하려는 조정이 병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강관업체들의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내수 수요 위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향 2차 가공업체들이 원료 구매처를 다변화하면서 기존의 공급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수요처들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수입재로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여, 철강사들의 내수 기반이 좁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로의 가동률을 낮추는 선택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루이지애나 전기로 프로젝트처럼, 현지 생산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내 생산 기반은 축소 논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철강업계 전반의 체질 전환이 현실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중소·중견 기업 수입규제 대응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이나 원산지 증명 등으로 컨설팅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기업의 분담금도 획기적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기 처방일 뿐 장기적 충격을 막기는 어렵다”며 국내 무역구제 강화와 수출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