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호황 속 철강·해운 명암…산업 연쇄효과 ‘디커플링’
한국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의 정점으로 향하는 가운데 그 호황이 철강과 해운으로 확산하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 수주와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반면 후판 수요와 해운 운임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며 산업 간 연쇄 효과가 끊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계에 따르면 2026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목표는 460억 달러로, 2025년 363억 달러보다 27% 증가할 전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수주 잔고다. 현재 국내 조선사의 수주 잔고는 3.5년치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이미 2028년까지 인도 물량은 확정되어 있다. 2029년 건조 슬롯을 놓고 선주들의 경쟁이 백열화하면서 선가도 점차 오르는 추세다.
실적 폭발은 불가피하다. 2026년 조선 4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삼호)의 합산 영업이익은 10.1조 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5년 6.5조 원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2010년 슈퍼사이클 당시 5.3조 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철강금속신문DB선종도 고급화하고 있다. 2026년 신규 수주 비중에서 LNG선이 33%로 최대, 해양플랜트 21%, 특수선 18%로 뒤를 잇는다. 한국이 66% 압도적 우위를 점한 LNG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면서 단가와 이익률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다.
LNG선 시장은 특히 뜨겁다. 2029년 인도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선주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69척의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며, 추가로 90여 척의 발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LNG 프로젝트 재개와 글로벌 에너지 정책 변화가 강력한 수요처가 되고 있다.
다만 조선업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철강업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2025년 국내 후판 수요는 778만 6,447톤으로, 2020년 코로나 충격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 900만 톤을 상회하던 시장과 비교하면, 후판 내수는 사실상 800만 톤 이하로 고착화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조선용 후판이다. 2021년 367만 톤에서 2024년 321만 톤으로 12.6% 떨어졌다. 조선 수주는 사상 최고인데, 척당 후판 투입량은 역사적 저점을 찍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선종 변화에 따른 철강 사용량 감소가 뚜렷한 상황이다. LNG선·LPG선 등 친환경·고부가 선종은 기존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대비 척당 후판 투입량이 30~50% 낮다. 또한 후판이 선박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어 중국산 블록의 직수입화도 후판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연간 44만 톤 규모(조선용 후판의 약 10%)에 달하는 중국산 구조물이 우회 수입으로 들어오고 있다. 조선사가 자체 설계 및 생산이 아닌 반제품 형태로 외주 구매하면서 국내 철강 수요가 직결되지 않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다.
2026년에는 이같은 후판 수요 부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2026년 조선용 후판 수요는 430~450만 톤으로 정체할 것이다. 수주는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해운업의 고통도 이어지고 있다. 선박 발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향후 공급 과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160만TEU(운항 선대 기준 34%)에 달하며, 2026년 선대 공급은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물동량 증가율은 1.7%에 불과하다.
2026년 1월 중순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574.12포인트를 기록하며 2주 연속 하락했다. 12월 말 1,656.32포인트에서 1,500대로 급락하면서, 지난해 연초 2,505포인트 대비 38% 하락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HMM(현대상선) 같은 국내 해운사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2025년 3분기 영업이익은 2,9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7% 급감했다. 2026년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며, 오히려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선 12척(3조 원 규모) 발주를 결정하는 등 악순환에 빠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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