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철강, 포스코 전략 강종 고망간강 'GB 포위망'…표준 전쟁 본격화

종합 2026-02-02

중국이 자국 국가표준(GB)을 국제표준(ISO) 체계로 끌어올리는 전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포스코의 핵심 전략 강종인 고망간강을 둘러싼 경쟁 환경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완성도를 높인 뒤 국제 규격에 진입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중국은 자국 표준을 먼저 만든 뒤 이를 국제표준으로 확장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기술 경쟁이 아니라 표준을 통해 시장의 출발선을 다시 설정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움직임이 극저온용 고부가 소재인 고망간강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철강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고망간강은 세계 최초 개발과 국제 인증을 동시에 확보하며 기술과 규격을 함께 선점해 온 대표적 사례다. 

다만 중국의 표준 전략이 현실화할 경우 기술 우위와는 별개로 규격 경쟁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소재로 거론된다.

이와 맞물려 국내 철강산업 전반의 전략 방향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K-스틸법’ 등을 통해 범용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수출 현장에서는 규격과 표준이 거래 성패를 좌우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국제 인증을 선점한 소재조차 표준이 복수로 갈라질 경우 시장 진입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철강의 수출 경쟁 구조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포스코 고망간강 앞에 등장한 ‘중국 규격’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극저온용 소재다. 기존 니켈 합금강 대비 니켈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영하 196℃의 극저온 환경에서 우수한 강도와 인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LNG 저장탱크와 연료탱크 등 극저온 환경에서 균열과 취성 파괴에 대한 신뢰성이 요구되는 구조물에 적합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망간강은 원가 부담이 큰 니켈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성능을 확보해, 소재 경쟁력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대안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포스코는 이 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국제해사기구(IMO) 규격 등재를 포함한 주요 국제 인증을 확보하며 상업적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다만 중국이 고망간강을 겨냥한 자국 표준을 잇따라 마련하면서, 기술 우위만으로 시장을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이미 고망간 저온강 압력용기용 판재(GB/T 713.5)와 LNG 탱크용 고망간 오스테나이트 강(GB/T 46095) 국가표준을 제정한 상태다. 향후 이들 GB를 기반으로 한 ISO 제안이나 일대일로(BRI) 프로젝트를 통한 적용이 확대될 경우, 고망간강은 기술 경쟁을 넘어 규격 경쟁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고망간강을 둘러싼 경쟁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술 완성도와 국제 인증을 앞세운 선발 우위가 유지되더라도, 표준이 복수로 갈라질 경우 시장에서는 다른 기준이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이 하나일 때는 기술이 곧 규칙이지만, 표준이 둘 이상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입찰 문서에 어떤 규격이 명시됐는지가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고망간강이 가진 기술적 강점이 유지되더라도, 시장에서는 ‘동급 대체재’로 인식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더욱이 중국 철강사들의 추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선급(CCS)은 725연구소, 허베이강철그룹 산하 허강우강(河钢舞钢), CIMC 홍투 등이 생산한 고망간 오스테나이트 저온강과 용접재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고, LNG 연료탱크와 가스 저장탱크 시범 적용을 진행 중이다.

상업선박에서의 대규모 적용은 아직 제한적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선 적용 직전 단계까지는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2026년부터 재도입이 예정된 철강 수출 허가제까지 더해질 경우, 고망간강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 GB에서 ISO로…중국 표준 전략의 구조 

중국은 고망간강 표준을 GB에서 곧장 ISO로 끌어올리기보다는, 기존 국제표준과의 연계를 통해 자국 규격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ISO는 LNG 탱크용 고망간 오스테나이트강 판재 사양을 규정한 ISO 21635를 이미 제정했으며, 같은 분야의 규격 체계도 ISO 23430 등으로 확장해 놓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GB/T 46095-2025를 마련하면서 ISO 23430:2019를 ‘등동 채택(等同采用)’했다고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산하 국가표준정보공서비스플랫폼에 명시했다. 자국 국가표준을 기존 ISO 규격 틀 안에 공식적으로 접합시킨 셈이다.

이에 LNG 탱크용 고망간강 분야에서는 ISO 국제규격과 중국 GB가 상호 연동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중국이 일대일로(BRI) 인프라 사업이나 자국 선급 규칙, EPC 입찰 문서에서 GB를 우선 적용할 경우, 실무 현장에서는 ISO 단일 기준이 아니라 복수 기준이 병행 운용되는 구도로 기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경우 발주처 입찰서에 어떤 규격이 명시됐는지가 시장 접근권을 좌우하는 사실상의 진입 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해방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China Standards 2035’로 대표되는 국가 표준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표준을 단순히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국 국가표준을 국제표준 체계와 연계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표준 정책을 설계해 왔다. 

실제로 ISO와 IEC 등 주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중국의 사무국·의장직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철강을 포함한 핵심 산업에서는 중국 주도의 신규 표준 제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전략이 가장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현장은 일대일로(BRI) 프로젝트다. 중국 건설·EPC 기업이 주도하는 인프라 사업에서는 설계·시공·검사 전 과정에 중국 규격이 패키지 형태로 적용되며, 표준 선택이 개별 발주처의 판단이 아니라 사업 구조 안에 사전 내재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처럼 설계·용접·검사·유지보수 체계가 하나의 규격으로 묶이는 산업에서는, 초기 표준 선택이 장기적인 시장 점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운 포스코 고망간강 역시, 표준 전선에서는 중국식 규격 패키지에 의해 동급 대체재로 인식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중국의 고망간강 표준 전략과 이에 대한 사업적 영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본지 질의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은 포스코 고망간강 후판. /포스코사진은 포스코 고망간강 후판.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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