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터치…철강업계 ‘원가·수요 이중 압박’
고환율 여파로 국내 철강업계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00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제철 원료를 대부분 달러로 조달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생산 비용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3원 오른 1,501.0원에 출발해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 매매기준율은 1달러당 1,497.50원을 기록하며 1,4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제철 원료와 에너지 비용 전반에 걸쳐 생산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제철 원료 대부분이 달러 결제로 거래되는 만큼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자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AI로 생성한 이미지환율 상승은 원료 가격뿐 아니라 물류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상 운임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 산업 특성상 운임과 보험료 인상은 생산비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비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LNG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제철 공정에 투입되는 전력과 연료 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철강 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유통 시장에서도 환율 변수에 따른 관망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수입 철강재 계약 가격이 짧은 기간에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유통업체들이 신규 매입 시점을 늦추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 수입 계약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량 매입보다는 시장 흐름을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상승이 수입 철강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국산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철강재 역시 대부분 달러 기반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원화 환산 수입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는 여전히 수요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철강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수입재 가격 상승만으로 국산 철강재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 흐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수요 산업에서는 환율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 달러 기준 매출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철강 가격 인상 여력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전반에서는 환율과 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재 상황을 복합적인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에너지 가격이 함께 오르면 원재료와 전력, 물류 비용까지 원가 구조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철강 가격 흐름과 국내 수요 상황을 함께 보면서 생산과 판매 전략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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