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교란vs형평성 제고…조달청 아연 방출 두고 입장 대립

현 시점 부진에 빠진 국내 철강업계는 그 어느때보다도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상황이다. 아연을 원료로 사용하는 표면처리업계에도 이같은 기조가 나타나는 가운데, 조달청의 아연 공급을 두고 공급업체와 수요업체의 반응이 다소 갈리고 있다.
정부기관인 조달청은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비철금속 물자를 비축해 수요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수요가 증빙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물자 공급을 진행하며, 아연의 경우 1개 업체당 15톤의 주간 판매 한도를 설정해 공급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달청의 비축물자 공급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업 안정망의 일환이다. 조달청은 유통가격 대비 저렴한 가격에 아연을 공급한다.
이러한 조달청의 정책을 두고 아연제련업계에서는 조달청의 아연 공급이 공급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관계자는 "조달청의 연간 아연공급량이 2~3만톤 밖에 되지 않다보니, 낙찰을 받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심히 벌린다"며 "조달청으로부터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공급받지 못한 수요 업체들이 조달청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달청의 아연 방출 가격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4월달 기준 톤 당 아연유통가격(세전기준)은 476만이었다. 반면 같은달 조달청 아연 방출 가격은 400만원 초중반 선을 맴돌며, 시중 유통가격 대비10~15%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관계자는 "현재 유통가격 기준 아연 판매는 적자가 날 정도로 마진이 남지 않는 상황인데, 조달청 가격 수준으로 판매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조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진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아연 생산업계의 입장과는 달리 조달청으로부터 비축물자를 공급받는 업계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특히 설비 진입장벽이 낮아 다양한 중소기업 이 포진한 아연도금강판 업계에는 조달청으로부터의 물자확보가 더욱 절실하다.
중소 표면처리사에 조달청 공급이 절실한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구매력이 강한 대기업의 경우 막대한 물량의 장기 계약을 통해 할인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급업체와의 계약 협상에 있어서도 대기업은 중소기업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쉽다.
운송문제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가격 간극을 더욱 벌린다. 자체 운송 수단 및 시설이 잘 마련돼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재 운송에도 인력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출이 발생하곤 한다. 이는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열연강판부터 표면처리 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고로사와의 경쟁에서는 더욱 가격 열세가 커질 수 있다. 하나의 제철소에서 표면처리까지 이뤄지는 고로사와 달리, 설비규모가 작은 중소 표면처리사는 여러 유통 단계를 거처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표면처리사 관계자는 "표면처리 업계 역시 가격 경쟁력 열세로 인해 대기업과의 경쟁이 어렵다"며 "특화 시장을 발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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