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커피믹스와 철강의 아버지

일상의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커피가 있다. 지금은 다양한 커피가 등장해 기호에 맞게 선택해 마시고 있지만, 과거는 일체형 커피가 대세였다. 피곤한 몸을 깨우는 데는 단연 최고였다. 그래서 하루 평균 한두 잔 이상은 마신 것 같다. 간편함과 잠시나마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 ‘커피믹스’를 찾는 이유였다. 지금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인기는 옛날만 못하다. 최고 원인은 건강 부담이다. 성인병 증가가 소비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먹고는 싶지만 멀리하게 되는 애증(愛憎)의 관계가 되었다.이 커피믹스는 설탕과 프림이 포함되어 있다. 과다 섭취하면 체중 증가나 혈당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분과 포화지방 섭취가 늘면 체중이 증가하거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유해성에도 농촌 등에서는 지금도 어르신들이 식사 후 커피믹스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다. 마치 정해진 순서인 듯이 철저하게 지키는 절차이다.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커피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특유의 달콤함과 잠시나마 기분을 좋게 하고 피로를 잊게 만드는 마약 같은 성분 때문이다.기호식품이 된 이 커피는 우리나라가 원조이다. ‘커피믹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필제 전 동서식품 부회장이 최초 개발했다. 그가 커피 산업과 인연을 맺은 건 1974년이다. 동서식품 부사장으로 영입되어 기술 부문을 총괄하며 식물성 크리머 ‘프리마’의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1976년 커피와 크리머(프림), 설탕을 한 번에 배합한 세계 최초 일체형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이후 1978년에는 냉동건조 공법을 적용해 커피 향을 살린 ‘맥심’ 개발에 착수했고, 1980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였다.이 커피믹스는 국내 커피 소비문화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사무실 책상 위, 공사 현장, 경비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비되며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물만 부으면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간편함이 바쁜 현대인의 생활과 딱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생활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처럼 한국 커피의 새 역사를 썼던 조필제 회장이 4월 20일 향년 101세로 별세했다. ‘커피믹스의 아버지’가 세상에 남긴 명성이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그도 큰 발자취를 남긴 후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갔다.우리 업계도 커피믹스 아버지 못지않은 아버지가 있다.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이 ‘살아있는 경영학 교재’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다. 그도 생전에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공식 석상에서 큰 자부심으로 자랑하곤 했다. 그가 바로 ‘한국 철강산업의 아버지’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15년 여가 되어간다. “포항제철소를 짓지 못하면 모두 영일만으로 좌우향우(右右向右) 해야 한다”라던 열정의 리더십이 아직 우리 가슴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하는 이유다.생전에 포항 영일만에 첫 삽을 뜰 때의 감회가 어땠느냐고 어느 기자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특명을 받은 내 어깨는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 당시의 내 사진을 보면 즐거운 표정이 하나도 없다. 뭘 하더라도 고통뿐이었다.”라고 답했다. 그의 소회는 제철소 건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하지만 마침내 제철보국(製鐵報國)을 이루어내며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했다. 철강의 아버지에 덧붙여 ‘한국 경제의 아버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가 남긴 업적은 대단하다. 이는 우리나라와 업계의 큰 자랑이고 자부심이다.평범한 삶은 쉽지만 훌륭한 삶은 어렵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을 이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성인들의 삶을 좇아가보면 실감한다. 단순히 현세의 명예만을 좇아 얻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옳은 삶을 살게 인도하는 것이 명예로운 삶이다. 그래야 후세에 이름이 남는다. 커피믹서와 철강의 두 아버지가 바로 이런 삶을 살았다. 오늘 나의 행동이 훗날 어떻게 평가되고 비칠지 생각하면 이 순간의 삶이 조심스럽다. 가치 있는 삶으로 후세에 ‘참 잘 살았다’라는 평가를 듣도록 노력하는 것이 명예로운 삶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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