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선원가, 1년 2개월 만에 300달러 돌파…고로사, 내년 판재류 가격 인상 불가피
국내 고로업계를 둘러싼 원가 부담이 다시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상반기 저점 이후 반등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대에서 고착되며 원가 부담이 구조화됐다.
여기에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상승까지 겹치며,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에는 가격 조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본지가 집계한 월별 제선원가에 따르면 2025년 12월 제선원가는 톤당 304.9달러(중국 CFR 기준, 원료 투입에 따른 단순 추정치)로 집계돼, 2024년 10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다시 300달러 선을 넘어섰다.

2025년 6월 톤당 263달러까지 내려갔던 제선원가는 하반기 들어 반등으로 전환된 가운데 9월 290달러, 10월 295달러, 11월 296달러로 단계적으로 상승하며 원가 부담이 재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원가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주원료와 환율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광석 가격은 상반기 저점 이후 90달러대 후반에서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원료탄 역시 170달러대 저점을 지나 210달러 선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달러당 원의 환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고로사들의 비용 부담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인력 비용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원료와 물류비 등 간접 비용까지 더해지며 고로 제조 원가의 하방 경직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부진하더라도 비용 구조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며 “제선원가가 다시 300달러를 넘어섰다는 점 자체가 현재 국면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수요다. 국내 철강 수요는 여전히 회복 조짐이 제한적이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건설 강재를 중심으로 내수 물동량이 위축된 상태고, 판재류 역시 뚜렷한 반등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조정을 논의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가격 조정 논의가 다시 힘을 얻는 배경에는 ‘원가 선행’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연초 이후 열연강판과 후판 등 기초 소재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추진됐지만, 중국산 저가 물량과 수요 부진이 맞물리며 전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원가는 충분히 올라간 상태”라며 “내년에는 가격 정책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 주요 철강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철강업계에서도 고로 제조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전가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과 원료탄의 분기 가격이 오랜만에 동반 상승한 데다, 하반기 엔화 약세가 겹치며 엔화 기준 주요 원료 비용이 상반기 말 대비 톤당 약 8,000엔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원료 가격과 인건비 등 비용 상승까지 감안하면, 고로 제조 원가 상승 폭은 톤당 약 1만 엔 수준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내 고로사들 사이에서는 내년을 앞두고 가격 정책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제선원가가 다시 톤당 300달러를 웃돈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는 전략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수요 회복 속도를 보며 시기와 폭을 조정하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