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자원화 산업 육성 나선 정부…공급망 안정과 순환경제 과제④
출처_국회미래연구원정부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순환경제 전환을 목표로 재자원화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지원을 병행하며 정책적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환경부는 「자원순환기본법」과 「폐기물관리법」을 토대로 2026년부터 전기·전자제품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을 전 품목으로 확대해 사용후배터리 회수·재활용 의무를 강화하고 재생원료 배터리 사용 시 재활용 의무량을 경감하는 인센티브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체계와 수요 기반, 부처 간 정책 연계가 아직 충분히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에 특화된 산업 분류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재자원화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상 ‘폐기물 수집·처리업(E-38)’으로 분류돼 제조업 대비 세제·금융 지원에서 불리한 구조에 놓여 있다. 정부는 통계청과 협의를 거쳐 ‘재자원화 원료공급업’ 등 특수 산업분류를 연내 신설하고 2028년 예정된 KSIC 전면 개정 이전이라도 재자원화 산업에 제조업 지위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 입주, 정책금융,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정책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재자원화 인프라와 기술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실증·평가를 위한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027년까지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거된 사용후배터리의 진단·분류, 재활용 공정 검증, 재생원료 인증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공공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기술 상용화를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블랙매스 등 재활용 원료 비축시설 확대와 보관기간 연장, 유해성이 낮은 재활용재의 순환자원 인정 확대 등 규제 완화도 병행되고 있다.
산업부 역시 R&D 예산과 정책자금을 활용해 고순도 리튬 추출 기술, LFP 배터리 등 저가 폐자원 재활용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 유망 재자원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도입도 추진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 참여해 재자원화 기술과 물질 교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재자원화 원료에 대한 폐기물 규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부 품목에 한해 ‘순환자원’ 인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활용 범위는 제한적이며 재자원화 원료 전반에 적용 가능한 ‘폐기물 종료(End-of-Waste)’와 같은 포괄적 법적 지위 전환 장치는 부재하다. 이는 기존 「폐기물관리법」 체계가 순환경제 정책과 구조적으로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재생원료 수요 창출 정책도 충분하지 않다. EU가 배터리법을 통해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한 것과 달리, 국내 금속 재자원화 분야에는 의무 사용 제도가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재자원화 제품의 수요는 가격 변동성과 민간 기업의 자율적 노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유인이 제한적이다. 해외 폐자원 수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할당관세 적용이나 블랙매스의 HS코드 신설 등 관세·통관 제도 개선 역시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처 간 정책 일관성을 확보할 거버넌스도 미완성 상태다. 재자원화 산업의 원료 확보는 지자체 권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나 정책 결정과 집행을 일원화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춘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국 재자원화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폐자원 물류 체계 고도화, 상용 규모 재활용 플랜트 확충, 지속가능성 기준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용후배터리의 소유권과 거래 구조를 명확히 하고 전국 단위 통합 회수·물류망을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원료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재자원화 기술 개발에서 실증, 상용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에 걸쳐 정부가 위험과 비용을 분담하고 세제·통상 구조 개선과 초기 수요 창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탄소발자국 공개,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 글로벌 지속가능성 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투명한 데이터 관리와 친환경 공정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은 단순 비용 경쟁을 넘어, 효율적인 폐자원 회수·물류 체계와 고부가가치 기술,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를 가로막는 제도적 병목을 해소하고 일관된 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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