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다자회의서 EU·영국 ‘철강 세이프가드 TRQ’ 개정 문제 제기

무역·통상 2026-05-08

우리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도입한 철강 세이프가드 관세할당(TRQ)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 다자 무대에서 공식 이의제기하며 국제적 공론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권혜진 통상교섭실장은 5월 6~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권 실장은 한국 주도로 「무역자유화 역행 조치에 대한 회원국 공동 자제」를 의제로 상정하고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무역제한적 조치에 대한 다자적 차원의 공동 대응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권 실장은 회의 기간 중 영국·일본·튀르키예 등 주요국과 별도 양자협의를 갖고, EU와 영국이 최근 새로 도입한 철강 세이프가드 TRQ 등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EU와 영국이 개정을 추진하는 철강 TRQ(관세할당)는 일정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번 EU·영국의 조치는 한국산 철강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존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신규 TRQ 도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U 집행위의 TRQ 개정 내용은 연간 철강 쿼터 총량을 2024년 대비 47% 축소한 1,830만 톤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분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늦어도 2026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거쳐 도입될 예정이다. 

영국도 올해 3월 ‘신 철강 무역조치(New Steel Trade Measure)’를 발표하며 전체 수입 쿼터를 현행 대비 60% 축소하고 쿼터 초과분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권 실장은 이번 일반이사회 본회의에서 “단기적인 관세 인상에 의존하면 나라마다 보복 조치가 연달아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공급과잉·보조금 등 구조적 문제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장벽으로 맞불을 놓는 방식의 무역 갈등 확산이 결국 글로벌 철강 교역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국제 무대에서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회의 이후 권 실장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철강 업계가 직면한 TRQ 문제를 다자·양자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기했다”며 “앞으로도 WTO 다자무역체제 복원과 우리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통상 외교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발 고율 관세 정책을 기점으로 EU, 영국 등 주요 수입국들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TRQ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유럽 지역에서의 물량 제한이 현실화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통상 외교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서의 공식 문제 제기가 향후 EU·영국과의 양자 통상 협의, 나아가 WTO 분쟁 해결 절차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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