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국내 STS밀, 단기 가격 인상 추진 쉽지 않을 듯
국내 스테인리스(STS) 밀들이 장기간 가격 인상에 부담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빠져있다. 주원료인 니켈 가격이 장기간 박스권을 보이고 있고, 환율과 해외 STS밀 가격이 가격 인상을 설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STS 밀이 단기 출하 가격 대폭 인하에 나서거나, 연속적 가격 인하 가능성까지 열려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 니켈價 장기적으로 보면 ‘박스권’…더 이상 ‘인상 요인’으로 설득 어려워
지난 4월 초순에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글로벌 공급과잉 및 전기차 시장 캐즘 우려로 톤당 1만 3,816달러(9일/올해 최저가)까지 하락한 바 있다.
다만 주요 생산·수출국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광업 사용료(로열티) 인상을 발표하자, 지난 4월 11일부터 톤당 1만 5천 달러 초반대 수준으로 가격대를 단기에 회복했다. 이후 이달 들어서도 LME 니켈 가격은 지난 1일에서 8일까지 톤당 1만 5,005~1만 5,440달러(현물 기준)에서 거래됐다.
LME 니켈 가격은 올해 일부 변동성이 발생했지만 크게 보면 지난해부터 톤당 1만 3천~1만 6천 달러 수준 박스권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니켈 연평균 가격도 톤당 1만 458달러 수준으로 현재 수준과 비슷했다. 이는 2021년 1만 8,502달러(연평균), 2022년 2만 6,143달러, 2023년 1만 6,388달러보다 하향 조정된 가격대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뀐 니켈의 약보합세 흐름과 저가 수입재 영향, 국내 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2024년 하반기에는 산업용 전기료 급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출하 가격 인상을 한 차례(8월에 300계 톤당 10만 원 인하)도 추진하지 않았다.
반면, 올해 들어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평균 9.4% 급등한 산업용 전기료를 감안해 유통향 300계 가격을 1~3월에 매월 톤당 10만 원(총 30만 원)씩, 실수요향 300계 가격을 1월과 3월에 각각 톤당 10만 원(총 20만 원)을 인상했다. 올해 1분기에 니켈 평균 가격은 톤당 1만 5,570달러로, 지난해 11월 평균 톤당 1만 5,740달러, 12월 평균 톤당 1만 5,458달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를 감안하면 포스코가 지난해 4분기 환율 급등과 산업용 전기료 급등 충격을 올해 1분기에 매월 소폭 인상하는 식으로 분산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켈 가격 동향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단 해석이다.

■ 국내 STS밀, 출하價 인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 이어져
반면 국내 STS밀은 2분기 들어 가격 결정에 상당한 시장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니켈 가격이 단기 변동성 외에는 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유통업계와 실수요 업계의 수익성 악화, 수입재와의 톤당 30만 원 이상으로 벌어진 가격 차 등의 부담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포스코의 경우 적극적 가격 인상에 나섰던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 유통향과 실수요향 가격을 동결했다.
다른 주요 STS밀인 현대비앤지스틸은 4월에 300계 가격을 톤당 10만 원을 인상했지만 올해 첫 인상으로, 1분기 원소재(STS 열연) 인상 부담과 전기료 급등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STS 시장에선 4월부터 늦여름까지를 건설 기성 활성화와 제조업 활동 증가로 계절적 성수기로 보고 있는 가운데 올해 2분기에는 오히려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향후 가격 인상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STS 제조밀이 가격 변동의 주된 이유로 환율과 LME 니켈 가격 등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향 조정된 점과 니켈 가격이 톤당 1만 5천 달러 전후 수준 박스권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은 STS 밀의 5월 이후 가격 인상 결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해외 STS밀이 최근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한 점도 국내 STS밀 업계에는 또 다른 부담 요소가 되고 있다. 오토쿰푸와 아세리녹스 등 유럽 주요 STS밀은 5월 들어 주요 강종 가격을 전월 대비 4~6% 인하하는 등 중폭 이상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대만과 북미 STS 밀들까지도 5월 가격 인하에 나섰다.
특히나 이들 해외 STS밀은 국내에도 공급망(수입처)이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할증료를 대체로 인하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 1분기에 출하 가격을 인상했고 2분기에는 출하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 국내 STS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결제 수단인 달러 약세로 수입업계의 계약 조건이 유리한 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STS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간 국내 STS 시황이 부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조선업 외에 다른 제조업 업황도 부진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STS 유통업계와 STS 실수요 업계도 국산 소재 매입 부담을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STS 제조사의 가격 인상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인상 추진이 어려울 뿐…가격 인하에도 적극적일 가능성 작아
다만 국내 STS밀 입장에선 지난해 전기료 인상 충격을 제품 출하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데다가, 2022년 니켈 가격 급등 시기에 포항제철소 침수 등 여파로 원가를 적정 가격으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제철소 정상 운영 이후에는 저가 수입재 영향으로 가격 안정화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단 입장이다.
아울러 국내 STS밀은 근래 STS 수입 급증을 주도했던 베트남 STS 업계에 지난 4월 최대 18.81% 수준의 고율 반덤핑 관세가 부과가 결정되면서 수입재 가격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2분기 글로벌 페로크로뮴 가격 인상(약 4%)과 니켈 보합세, 중국 당국의 감산 명령 강화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STS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STS밀들이 단기간 가격 인상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 계속되겠지만, 자신들의 수익성을 훼손할 가격 인하에도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대 STS밀인 포스코는 “국내 시장은 대내외 정치·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수요 산업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 무역위원회가 발표한 반덤핑 제재 로 향후 시장 내 변화가 예상된다”라며 “수급이 빡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어 예의 주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월마다 세밀한 가격을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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