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 국산은 제자리…조선업 호황 속 ‘중국산 역류’
국내 조선업이 건조 호황기에 진입했지만, 국산 후판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다. 반덤핑 최종 판정 이후에도 중국산 후판이 보세창고를 통해 대거 통관되며, 시장의 정상화 흐름이 왜곡되고 있는 모양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량은 약 2,21만2천 톤으로 전년 동기 2,10만3천 톤 대비 5.2% 늘었다. 2년 연속 감소세를 끊었지만, 2022년 고점 2,67만4천 톤 대비 여전히 17%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황이 회복되면서 기본 수요가 유지된 것일 뿐, 국산 제품 중심의 구조적 회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업은 올해 들어 뚜렷한 생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건조(인도) 실적은 총 20척, 58만CGT로 전년 대비 30.4% 증가했다. 대형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역시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 확대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잔량도 200조 원을 넘어 약 3~4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문제는 기형적인 수입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에 대해 27.91~34.10%의 반덤핑 관세를 5년간 부과하도록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다만 일부 중국 기업은 ‘가격약속(Price Undertaking)’ 제도를 통해 관세 부과 대신 최저가격(MIP)을 지키는 조건으로 예외 인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조선소 납품용 등 보세구역 반입 물량은 가격약속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제도상 관리 사각지대가 생겼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최종 판정 직후인 9월 중국산 후판 수입은 12만1,755톤으로 전월 대비 141% 늘며 2024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균단가도 톤당 610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세구역으로 반입되는 조선용 물량은 가격약속의 적용을 받지 않아 통관이 가능하다”며 “결국 제도상 예외 조항이 제재 우회로 작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용 후판 시장은 국산 중심의 내수 조달과 보세구역 중심의 수입 조달이 병존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반덤핑 관세, 가격약속, 보세 제도가 교차하며 시장의 이원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용과 함께 내마모강·고강도 계열도 반덤핑 관세 예외항목으로 남아 있어, 저가 중국산 유입이 이어질 경우 국산 가격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보세구역 반입 물량은 제도적으로 허용된 영역이지만, 반덤핑 조치의 실효성을 약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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