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재자원화, 자원안보 강화 이끄는 ‘대체 공급원’ 부상②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재자원화 혁신 전략」 보고서는 글로벌 핵심광물 수급 취약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생자원, 즉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이 공급망 리스크 완화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첨단 산업 필수 광물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재활용을 통한 공급 축소 가능성은 지정학적·환경적 제약 속에서 의미 있는 공급 안정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 중심의 공급망 편중, 물류·기술·제도적 한계가 재자원화 산업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수요 급증 속 ‘대체 공급원’ 부상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완화할 대안으로 재생자원, 즉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보고서를 통해 국가기후공약이행시나리오(APS) 기준 재생자원 활용이 확대될 경우 2050년까지 핵심광물 신규 채굴 수요를 25~4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와 코발트는 신규 광산 개발 수요가 약 40% 감소하고, 리튬과 니켈 역시 약 25%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핵심광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재활용이 신규 채굴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재자원화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IEA는 재활용 규모가 현재 수준에 머물 경우, 2040년까지 광산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약 30% 증가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핵심광물 재생자원의 시장 가치는 2050년 현재의 약 5배인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용 후 제품 발생량이 2030년 이후 급증하면서, 광산 채굴을 통한 핵심광물 공급 비중은 2040년 전후로 점진적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급망 안정, 재활용만으로는 부족
그러나 재생자원 산업이 곧바로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IEA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편중성이 채굴 부문뿐 아니라 재활용 분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용 후 제품 원료 확보부터 분리·회수, 정제 단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점유율 상위에는 중국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중국은 자국 내 폐자원 발생량을 웃도는 재활용 처리 능력을 갖춘 초과 설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중국 외 국가들이 재활용 설비를 구축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국내 재생자원 생산 확대가 곧바로 공급망 회복력 강화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자원화 산업은 전통적인 광산 기반 원료 산업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 비교적 균질한 광석을 대량으로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 채굴 산업과 달리, 재자원화는 비균질적이고 분산된 사용 후 제품을 수거해 원료로 활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중국과 같은 대규모 재활용 체계와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 맞서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대신 높은 회수율과 고순도 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재생원료 시장을 목표로 삼고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폐자원 물류 체계는 국내 재자원화 산업의 취약 지점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규제를 통해 생산자책임조직(PRO) 중심의 전국 단위 회수망을 구축했고 중국은 배터리 전 주기를 추적하는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일본 역시 민관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거·재활용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지자체와 민간 폐기물 업체로 역할이 분절돼 회수 효율과 소비자 참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측면에서도 과제가 적지 않다. 이차전지 재활용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습식 제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사용 후 배터리 수급 불확실성과 수익성 문제로 대규모 상용 플랜트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희토류 재자원화 분야 역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고 산업 기반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재활용 원료에 대한 관세와 품목 분류 체계가 국내 재생자원 활용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자원화, 공급망 전략 산업으로
환경·ESG 규제 대응 역시 재자원화 산업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U는 배터리 규정을 통해 탄소발자국 공개와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도입하며 저탄소·투명한 공급망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높은 제조 역량과 디지털 인프라, 제도적 신뢰성을 바탕으로 데이터 투명성과 환경 인증 역량을 강화할 경우, 고규제 시장에서 전략적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을 단순한 보조 산업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자원안보를 강화하는 전략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류 체계 고도화, 기술 상용화 지원, 제도 개선과 함께 저탄소·ESG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병행될 때, 재자원화는 한국 첨단 제조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처_국회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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