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이라더니…중동 리스크에도 버티는 아연價

분석·전망 2026-04-03

 

영풍 석포제련소 주조공장 아연괴/영풍 제공영풍 석포제련소 주조공장 아연괴/영풍 제공

글로벌 아연 시장이 당초 공급 과잉 전환 전망과 달리 2026년 초까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지역 전쟁에 따른 거시 불확실성으로 비철금속 전반에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연 가격은 최근 톤당 3,200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아연 시장은 지난해 10월 급격한 공급 부족을 겪은 이후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가격은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일부 조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일 LME 기준 아연 현물 가격은 톤당 3,180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가격 수준에 대해 여전히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하반기 수급이 안정될 경우 연평균 가격이 톤당 2,800~2,900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 광산 생산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추가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정제 아연 시장으로의 유입 속도는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다. 국제납아연연구그룹(ILZSG)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전 세계 아연 광산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아일랜드 볼리덴의 타라 광산 재가동과 콩고민주공화국 소재 아이반호 마인즈의 키푸시 광산 생산 확대, 러시아 오제르노예 광산 가동 등 주요 프로젝트가 공급 증가를 견인했다.

글로벌 광산 생산 확대는 중국의 원료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의 아연 정광 수입량은 2025년 전년 대비 30% 증가한 533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정제 아연 생산량도 같은 기간 8.4% 증가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제련소 생산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하며 글로벌 정제 아연 공급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브라질과 카자흐스탄의 생산 감소, 일본 도호 아연 안나카 제련소의 영구 폐쇄, 한국 석포 제련소의 일시적 가동 중단 등이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서방 시장은 정제 아연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됐으며 중국은 지난해 4분기부터 정제 아연 순수출국으로 전환됐다. 특히 11월 수출량은 4만2,800톤으로 약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 제련소들이 톤당 300달러를 웃도는 현금 프리미엄을 활용해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소재 LME 창고로 물량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LME 공급 부족이 일부 완화되면서 12월 수출량은 2만7,000톤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편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수요 측면에서도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수요 증가 요인이 발생할 수 있으나, 가격 불안정성과 재고 관리 강화로 인해 실제 수요 확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요 수요처에서는 재고를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어 전반적인 구매 수요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재고에서도 공급 타이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LME 아연 재고는 약 11만 톤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20만 톤 이상은 되어야 안정적인 재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여전히 수급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한 아연괴/고려아연 제공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한 아연괴/고려아연 제공

물류 측면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향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향하던 국내 아연 수출 물량이 일부 중단됐으며 현재는 싱가포르를 통한 환적 방식으로 우회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급 이슈도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볼리덴의 스웨덴 가르펜버그(Garpenberg) 광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예상보다 큰 공급 차질이 생기면서 해당 광산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약 30% 수준의 가동률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공급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아연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아연 시장은 광산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제 아연 공급 제약과 지정학적 변수, 물류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예상보다 긴 조정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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