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은퇴가 두려운가…

‘남을 위해 할 일이 아무리 많더라도 자신을 위한 일에 게으르지 말라. 일대사인연의 이익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며 인생의 참된 목적에 기꺼이 전념하라.’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은퇴 시기가 다가왔을 때 준비하지 않은 경우, 큰 혼란을 겪는다. 은퇴 전과 후는 삶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루 일상의 시간표는 물론이고 가치관까지 달라진다. 그동안 다른 사람을 위한 삶에서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나’를 위해 살아가는 자유가 주어지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준비가 되어 있고, 없음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은퇴하였다 해도 온갖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진정한 은퇴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행히 현직에 있지만,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했다. 사기업보다 공기업이나 공무원 출신이 은퇴가 빠르다. 이들 중에도 은퇴 후의 희비(喜悲)가 뚜렷하다. 준비되어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다. 개인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은 친구들은 생활전선으로 다시 돌아간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은퇴 후 무료함을 달래려고 직장을 구하는 친구도 있다. 급격한 고령화가 불러온 세태이다. 그러나 이들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다. 존재감의 실현에 가깝다.은퇴를 앞둔 혹자는 돈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는 태평스러운 말을 한다. 절간의 고승이 아니고서야 이 말에 수긍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은퇴 후 삶의 만족도가 자산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것이 입증됐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충분히 여유 있다’라고 답한 은퇴 가구의 평균 금융 자산은 약 5억 9천만 원, ‘매우 부족하다’라고 답한 가구는 약 2천만 원이었다. 자산 규모에 따라 삶의 만족도 차이가 남을 말해준다.현직에서 성실하게 일을 했다면 은퇴 후 대접받고 사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싸움소(투우) 처지와 닮았다. 최근 4년간(2022∼2025년) 청도공영공사에 등록 말소된 싸움소 453두 중 71%인 322두가 ‘도축’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화려한 기술로 모래판을 호령하던 주역들이 은퇴 후 좋은 여생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는 스포츠의 낭만일 뿐이다. 자연사로 생을 마감해 등록 말소된 소는 고작 15%에 불과했다. 직장에서 은퇴 후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인간의 삶과 닮았다.관중석의 함성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모래판 위 싸움소 한 마리가 위태롭게 서 있다. 깨진 뿔 사이로 핏방울이 떨어지지만, 주인의 채찍은 멈추지 않는다. 행여나 다치면 말로가 더욱 처참하다. 최근 4년간 경기 중 다친 소 36두 중 14두가 도축되었다고 한다. 이 중 13두는 부상 후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도축장으로 끌려갔다. 경기 중 뿔이 탈락하거나 골절되는 중상을 입어도 치료가 아닌 ‘도축’을 선택했다. 쓸모없으면 가차 없이 내치는 우리네 직장문화와 닮았다. 그 후 삶이 중요하다. 그래서 준비하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것이다.매월 200만 원 넘는 국민연금을 수급자가 9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불과 1년 전 5만 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이 기대하는 적정 노후생활비가 200만 원 이상이라고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 결과 50대 이상이 생각하는 개인 기준 적정 생활비는 월 197만 6,000원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올라가는데 과연 이 돈으로 한 달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것을 잘 아는 필자는 절제와 겸손이라는 단어로 위안 삼는다.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많은 사람은 직장 생활에 열중하다 은퇴를 눈앞에 두고서야 그 준비의 필요성을 느낀다. 노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미래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구체적인 준비와 계획으로 대비한다면 개인이 꿈꾸는 은퇴 후 생활은 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비록 모래판 위 싸움소처럼 매정하게 잊혀도 준비가 되어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은퇴 후 삶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다. 노력하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생활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노후 생활이 보장된다. 온전히 나를 위한 삶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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