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돈 먹는 하마 전기로를 선택한 이유

컬럼(기고) 2026-05-18

철강산업에서 탈(脫) 탄소는 고난의 길이다. 엄청난 비용이 동반된다. 탄소 배출 1위라는 원죄가 있어서 사명감까지 따른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다. 반드시 이뤄야 할 숙명적인 과제이다.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했다. 이에 철강 등 대상 품목의 탄소 배출량이 본격적인 비용 산정에 포함됐다. 철강사의 수출 가격과 고객사 구매 조건을 압박하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업계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특히 철강 ‘가격표’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철광석과 유연탄, 전기료, 인건비로 책정되던 전통적 원가 방정식에 ‘탄소’라는 무거운 청구서가 추가되었다. 이제 쇳물을 뽑아낼 때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뿜어냈는지가 수출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고객사의 구매 조건과 자본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고율 관세와 함께 수출 시장에서 또 다른 장애물이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의 공정을 과감히 뜯어고쳐야 하는 혁신적 전환의 상황에 직면했다.앞으로 철강 패권도 단순한 것을 뛰어넘는 데서 출발한다. 더 많은 쇳물과 더 저렴한 가격에 철강재를 생산하던 과거가 아니다. 누가 더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고품질 철강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에 달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고난의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생존이 좌우된다. 포스코가 양산 체제를 앞둔 광양제철소 전기로도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취지에서 이해된다. 왜 하필이면 돈 먹는 하마인 전기로를 선택한 지에 대해 의문이 많다. 전기료는 원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저탄소 전환의 ‘징검다리’ 역할이 큰 소명으로 자리한다. 포스코가 전기로를 활용하면 연간 최대 3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028년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 상용화 기술 확보를 위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정답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부담 가중을 우려하지만, 크게 문제 되어 보이지 않는다. 전력의 약 80%를 부생가스로 활용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이 걱정을 해소한다.포스코의 저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일관제철 경험과 폭넓은 글로벌 고객망에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덩치는 탈 탄소 시대에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탄소 저감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혁신의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탈 탄소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철강업계의 새로운 기술 표준(Standard)으로 군림할 패권 자로 등극한다. 광양제철소 전기로 가동을 앞둔 시점에서 언뜻 드는 생각이다. 아울러 우리 업계에 갖는 보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철강산업 탈 탄소는 기업의 명운을 건 투자다. 하지만 당장 재무제표에 찍히는 막대한 비용 압박을 견뎌내야 만이 가능하다. 가장 적은 탄소로, 최고 품질의 철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자만이 미래의 철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싸움을 한낱 기업 간 점유율 경쟁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결국 한국 제조업의 튼튼한 뼈대가 되고 다가올 10년 뒤에도 굳건히 버텨낼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고 숙명처럼 이루어야 할 사명이다.철강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탄소 배출 1위’라는 불명예를 벗고 지속 가능한 ‘그린스틸’의 승자로 남을 수 있을지는 우리 업계의 노력에 달렸다. 이것은 성공적인 탈 탄소 전환으로 생산된 철강이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으로 인정받아야 마침내 가능하다. 이웃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우(Baowu)는 이미 태양광, 풍력을 넘어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Pink Hydrogen)’를 꺼내 들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어려움도 잊지만, 고산(高山)을 넘지 않으면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피나는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포스코가 전기로를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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