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AI를 언급한 회장님!

최근 두 경제단체장의 목소리는 울림이 컸다. 한국경제인협회 류진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침체에 빠진 경제를 걱정했다. 그리고 해법도 제시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지푸라기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거장의 고견(高見)은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 전략처럼 들렸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렇고, 미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유용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가 지구촌을 휘몰아치는 지금 두 의견 속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하나 같이 강조한 것이 인공지능(AI)이다. 이재명 정부가 100조 원을 투입해 AI 발전을 공언한 바 있다. 향후 국가 경제의 핵심축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이다. 여기에 두 회장이 맞장구를 친 것은 민·관이 함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음을 예시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AI 산업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우리가 앞서가는 제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언제 따라 잡힐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불안하다.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하공정 제품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AI를 강조한 것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端初) 제공이라고 생각한다.
류 회장은 생산성 향상과 내수 진작을 위해 인공지능(AI) 활성화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를 기반으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않으면 10년 안에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2000∼2010년대 중국 성장 덕분에 수출이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10년은 전략 없이 제자리걸음만 했다”면서 “이제는 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AI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필요하다면 일본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놀랍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데이터와 기술 역량이 부족한 한국은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경제공동체 수준의 체제를 구축한다면 유럽연합(EU)처럼 확장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경제 안보를 중시하는 만큼, 우리가 먼저 실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아이디어는 일본 정계와 재계 주요 인사들과 만남에서도 반대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 상대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 주장은 낯설지 않다. 이미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미국통인 류 회장은 “통상 질서가 무너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는 특히 어려워졌다”라고 진단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가려면 이제는 양적 성장의 수준을 넘어서야 함을 강조했다. 내실을 다지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수를 키워야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줄 것은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군가의 혜안(慧眼)이 필요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두 회장의 조언은 모래알 속 금처럼 빛났다. 국가가 주체가 되고 기업이 실천하는 유기적인 체제를 갖춰야 험난한 파고를 넘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의 지혜로운 머리와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은 우리에게는 악몽과 같았다. 자꾸만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데자뷔 되어 괴롭혔다. 이 절박한 시기에 두 회장의 고견은 거친 밤바다에 배를 인도하는 등대 불빛처럼 희망적이고 지혜로웠다.
“업체들은 준비되어 있는가?”라고 반문해 본다. AI 기술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소기업 등 산업 전반에 뿌리내려야 할 최대 과제이다. 그러나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허상일 뿐이다. 허상에 빠져 뜬구름만 쫒고 있다면 결과는 뻔하다. 과거 주먹구구식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준비해야만 성장하고 발전한다. AI 시대야말로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는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두 회장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준비가 더디고 속도도 느리다.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선도해야 기업이 따라간다. 특히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대통령이 초등학교 AI 교육 의무화를 언급한 것은 긍정적이다. 기초를 튼튼히 해야 생태계 조성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AI가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다고 우려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소홀히 하다 도태되면 그것이 더 큰 패착(敗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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