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안보,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부상’…공급망 안정 위한 민관 협력 시급

전 세계 공급망 불안정과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자원안보는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리튬, 희토류, 니켈 등 핵심광물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미·중 전략경쟁이나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제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가격 안정 중심의 과거 자원정책에서 벗어나 공급망 안정과 내재화, 동맹 기반의 국제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핵심광물 자원안보 정책 평가와 미래 전략’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핵심광물의 정제·제련 능력을 국내에서 확보하는 것은 자원안보의 핵심 과제다. 현재 중국이 리튬, 희토류, 니켈 등 주요 전략광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단순한 원광 확보만으로는 공급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기업의 정제시설 투자에 대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공동투자 유도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고순도 제조 기술의 국산화와 전문 인력 양성, 우방국과의 합작 투자를 통한 기술협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재자원화와 대체소재 산업을 자원안보의 핵심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자원으로부터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순환자원화 산업은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으로서 잠재력이 크지만, 수거·운송 인프라와 재생원료 인증제도, 공공조달을 통한 초기 수요 창출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부처 간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 전 과정 모니터링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 운영을 통해 산업화 기반을 강화하고 희토류·코발트 등 전략광물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연구개발을 산학연 협력체계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OECD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공급망 실사체계와 ESG 광물 인증제도를 도입해 국제 신뢰도를 높이고 칠레·브라질 등 개방국과의 공동 정제시설 설립, 호주와의 전략광물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핵심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직면한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기술, 금융, 국제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적 자원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부터 정제, 재자원화, 대체소재, 국제협력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확립할 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속에서도 지속가능하고 회복 탄력적인 자원안보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전략광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6월부터는 안티모니를 미국에 직접 수출되며 방위산업 공급난 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2023년 미국의 인듐 수입 중 29%가 한국산으로, 대부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제품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게르마늄 공급 MOU를 체결했으며 최근 갈륨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적·투명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호주, 캐나다, 칠레 등 주요 자원 부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핵심광물과 에너지, 국방·안보 등 전략 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는 리튬·희토류 등 핵심광물 분야 투자 확대와 협력 심화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는 국방 및 에너지공급망 강화와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확대를,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는 한-칠레 FTA 개선과 광물·에너지·문화 산업 협력 방안을 각각 논의하며 실질적 경제·산업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략광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원안보는 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연관된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고려아연 등 국내 제련기업의 기술력과 민간 투자가 뒷받침될 필요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자원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전략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민관 협력 기반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