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공구강, 트럼프 리스크·중국산 금형 시장 잠식에 공급망 붕괴

트럼프 리스크로 그동안 국내 금형산업의 주요 수출시장이던 미국향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국내 수요가들의 중국산 금형 및 가공부품 채택이 증가하면서 국내 금형공구강 업계의 공급망 붕괴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이사장 신용문)이 발표한 ‘2025년 1~3분기 누적 금형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금형 수출액은 13억8,991만 달러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 금형 수출은 미국·멕시코 등 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미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존하면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인도의 경우 인도는 두 자릿수 이상 증가로 사실상 최대 수출국에 올라섰고, 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 등 일부 유럽지역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과 일본은 소폭 변화하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북미지역의 부진은 금년 트럼프 집권을 기점으로 잇따라 발표된 관세 정책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상호관세 15%와 금형 일부 품목에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50% 반영되면서 금형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이 전가됐다.

이처럼 트럼프 리스크로 금형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계 국내 금형 수입액은 2억3,582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이 중 대중국 금형 수입액은 1억7,884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3% 늘어나 전체 수입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부터 이어진 대중 수입 확대는 중국 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수요가 부진해졌고, 이과정에서 발생한 과잉 생산 물량이 해외로 대거 유입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금형업계의 기술·품질 수준 향상이 더해지면서, 중국산 금형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 측면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주요 수요기업에서 중국산 금형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금형을 비롯한 부품·몰드베이스 등 관련 품목까지 범위가 빠르게 확대됐다.

금형공구강 업계에서는 복합적 리스크 속에 금형산업 구조 재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금형산업은 현재 관세 부담, 수요산업 둔화, 중국 저가공세 등 불안정 요소들이 동시 작용하면서 수출입 구조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북미시장에 편중됐던 금형 수출은 관세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금형 가격경쟁력이 약화는 물론, 자동차·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의 경기 위축 및 신규개발 지연 등의 문제까지 맞물려 향후에도 대미 수출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운송조건 변경, 출하시기 조정 등 관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공세 또한 더욱 심화되면서 국내 수입액 급증은 물론, 중국산 금형 시장 잠식으로 인해 금형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10인 이하의 소규모 금형업체들의 수주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이들에게 소재를 공급하는 2차 유통가공업체들의 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금형공구강 업계는 물론 2차 유통업계와 금형업계 모두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형공구강 업계와 금형업계에서는 국내 산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소재-금형-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내 기업들 간의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수출국들의 관세 및 무역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