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동조화 끝나나…동북아 철강시장 ‘디커플링’ 신호 확산

종합 2026-01-28

포스코가 2월 열연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판재류 가격 조정의 포문을 연 가운데 동북아 철강시장의 가격 흐름도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

한국은 원가 부담을 반영한 인상 국면에 진입한 반면 일본은 내수 침체 속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점진적 조정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던지는 모습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동북아 3국의 엇갈린 행보를 단기적인 시황 차이가 아닌 내수 사이클의 비동조화와 정책 변수 확산이 맞물린 구조적 ‘디커플링’의 초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 함께 움직이던 동북아…동조화 전제 ‘흔들’

철강업계에 따르면 그간 동북아 철강시장은 중국 가격을 중심으로 한 동조화 구조가 뚜렷했다. 중국 수요가 확대되면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는 한국과 일본의 제조원가로 동시에 전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역내 전반의 가격도 함께 움직였고, 반대로 중국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 한국과 일본 내수 가격 역시 하방 압력을 받는 구조였다”라고 설명했다. 

/철강금속신문DB/철강금속신문DB

이어 “동북아 철강 가격 동조화는 2000년대 형성된 수직적 분업구조에 기반했다”라며 “일본은 고급 소재와 핵심 중간재를 공급했고, 한국은 판재류와 중간재 가공을 담당했으며, 중국은 이를 흡수하거나 완제품으로 가공해 세계 시장에 공급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국은 최대 수요처이자 최대 수입국으로 기능하며 역내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이러한 전제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 수입은 줄어든 반면 수출은 구조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반덤핑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역내 교역 비중이 특히 낮아진 모습이다. 

한국은 반덤핑 이후 저가 수입재 유입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의 2월 열연강판 가격 인상에 이어, 판재류 전반에서도 가격 정상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국 내수 철강 가격은 3,200위안대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이어가며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건설 경기 부진과 공급 부담이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가운데 수출 허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중국 가격이 역내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일본 역시 내수 수요 부진을 이유로 열연강판 등 주력 제품 가격을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는 내수 대비 낮은 가격 전략을 이어가며 물량 방어에 나서고 있어, 일본 가격 흐름도 중국과 함께 하방 압력을 받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 반덤핑 이후 가격 결정 환경 변화

연초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을 원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핵심 조건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잠정관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5년 7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33.57%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렸고, 9월부터 잠정관세를 적용했다. 이에 중국과 일본산이 차지하던 수입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국산 열연강판은 가격 형성 과정에서 주도권을 점차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잠정관세 적용 이후에도 3분기까지 유입됐던 저가 수입재 재고가 유통시장에 상당 부분 남아 있으면서,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이 제한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실제로 잠정관세 시행 이후에도 기존 계약 물량과 선적분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리면서, 유통가격은 일정 기간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4분기를 거치며 해당 저가 수입재 재고가 점진적으로 소진됐고, 연말을 전후해 시장 내 재고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2026년 초에 들어서는 저가 수입재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한 가운데 국산 중심의 가격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가격 인상 여건이 본격적으로 마련됐다는 설명이 잇따른다. 

◇ 정책 변수 앞에 선 각국의 선택

한국의 반덤핑 조치 이후 시장 환경이 달라진 가운데 일본과 중국 역시 각자의 수출·가격 전략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반덤핑이 한국 시장의 수급 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온 반면, 이에 대한 주변국의 대응은 시장 여건과 전략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저가 수입재 유입이 차단되면서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 가격 인상과 판재류 가격 정상화 시도는 수입 감소 이후 형성된 시장 구조를 전제로 한 판단”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이 배경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반덤핑 잠정관세가 가격 조정을 가능하게 한 조건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가격 인상보다는 저가 수출 기조를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잠정관세 시행 이후에도 보세구역을 경유한 일본산 저가 오퍼가 다시 등장했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보세구역을 활용한 우회 통관 사례로 보고 있다.

중국은 수출 구조 관리로 대응에 나섰다. 2026년 1월부터 300개 철강 제품에 대해 수출 허가증 관리를 도입하며, 저부가·저가 수출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반덤핑 이후 중국산 열연의 한국 수입이 어려워지자 냉연강판으로 우회 수출하는 흐름이 나타난 점도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수출 허가제가 산업 구조 고도화와 함께, 무역구제 확산에 대한 간접 대응 성격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출이 차단되면서 기존의 수직적 분업구조가 약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그 빈자리를 동남아산 확대나 우회 수출이 메우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덤핑을 계기로 수출 허가제나 보복 조사 등 정책 대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정책 도구 자체가 경쟁 수단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관계자는 “같은 원가 압박이 작용하더라도 각국의 내수 여건과 정책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 전략이 선택되는 상황”이라며 “시장 동조화보다는 분화 흐름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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